비즈넵소식

비즈넵 리브랜딩 두 번째 이야기

2019.05.10

컨셉 구체화 과정

앞선 포스팅(브랜드 아이덴티티 찾기)에서 서비스 본질을 탐구하고 소통했던 과정을 이야기했고 브랜드 정체성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다. 이제 디자이너에게 놓인 상황은 취향이 뚜렷한 손님에게 맞춤 요리를 대접해야 하는 셰프의 상황과 비슷하다. 아직 바로 요리에 들어갈 수 없다. 어떤 식재료를 사용하면 좋을지, 어떤 맛을 내면 손님이 좋아할지 느낌만이 존재한다. 메뉴는 차근차근 결정해야 한다. 그 결정 과정을 지금부터 이야기해보려 한다.

컨셉 단어 정의

명확하지 않은 느낌과 가설은 구체화해야 한다. 그 첫 번째 단계는 콘셉트를 단어로 정리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미 브랜드 아이덴티티 찾기에서 얻은 키워드들이 존재했다. (‘Navigation’, ‘Robotic Process Automation’, ‘Cloud’, ‘Risk Management’) 그러나 이 키워드들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단어라서 시각화에는 불편함이 있었다. 가령 RPA를 시각화하기 위해 로고에 로봇이나 기계를 그려 넣는다든지 Cloud를 시각화하기 위해 구름 심벌을 사용하거나 하면 로고 작업은 용어 시각화 작업으로 변모할 것이다. 브랜드 이미지를 함축적으로 담지도 못한 결과가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조금 추상적이더라도 이미지가 떠오르는 키워드가 필요했다. 즉 브랜드 아이덴티티 키워드를 브랜드 이미지 키워드로 치환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그 방법으로 브레인스토밍, 콘셉트 휠을 이용해 이미지를 떠올리기에 용이한 단어를 구조적으로 담았다.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브랜드 방향을 결정짓는 이정표 역할을 한다면 콘셉트 휠은 브랜드 이미지를 요약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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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키워드 브레인스토밍.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기준으로 브랜드 이미지 키워드를 도출했다. 사내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해서 다양한 단어들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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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휠 회의. 가장 함축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담을 수 있는 키워드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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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아이덴티티 키워드를 브랜드 이미지 키워드로 치환.

이미지 시각화 (무드보드)

두 번째 단계는 단어로 정의한 콘셉트를 시각화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시안 작업 전에 빠르게 시각화해서 소통하기 좋은 도구가 바로 무드 보드다. 대략 머릿속에 맴도는 느낌을 콜라주 형식으로 시각화해서 톤 앤 매너를 볼 수 있다. 같은 키워드를 보더라도 저마다 떠오르는 이미지가 다를 수 있는데 이 차이를 무드 보드가 좁혀준다. 실제로 우리 팀 디자이너 셋이 콘셉트 휠을 바탕으로 각자 무드 보드를 만들었는데 그 느낌이 조금씩 달랐다. 덕분에 디자이너끼리 상상하고 있는 비주얼 차이, 취향 차이도 미리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공통된 무드 보드로 정리해서 각자 생각하는 톤 앤 매너 차이를 좁힐 수 있었다. 무드 보드는 로고 작업뿐 아니라 인테리어, 책자 등 브랜드 이미지와 관련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데 가이드 역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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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무드보드. 디자이너 3명의 생각을 모으다 보니 구역별로 톤의 격차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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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된 톤앤매너로 조정된 최종 무드보드

대략 그려보고 모아보기 (스케치 & 타이포그래피 보드)

아이디어 단계에서 그래픽 작업을 하면 효율이 떨어진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그래픽 완성도가 떨어지면 최종 안으로 선택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를 결정할 때 완성도가 기준이 되면 좋은 아이디어가 묻힐 염려가 있다. 최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끌어모으기 위해 통일된 형식으로 연필 스케치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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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스케치

적절한 베이스 서체를 선택하기 위해 타이포 리서치도 함께 진행했다. 이미 존재하는 완성도 높은 서체를 사용하는 게 무에서 유를 창조할 때보다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디자이너라면 서체 하나를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지 다 알고 있다. 서체 디자이너가 서체를 만들 때 고민했던 시간과 노력을 활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콘셉트에 합당한 서체를 리서치했고 우리 콘셉트에 부합하는 좋은 서체를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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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체 리서치

샘플 맛보기 (시안 제작 & 리뷰)

드디어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를 열어 스케치 작업을 디지털로 옮기기 시작했다. 스케치는 아이디어였을 뿐이다. 스케치 시간이 무색해질 만큼 다시 창작의 고통이 시작됐다. 욕심을 부릴수록 고통은 더 심해졌다. 시안 작업에 들어서기까지 여정이 길었던 만큼 동료들이 결과물에 대한 기대도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담스러웠다. 이제는 컬러, 조형성, 아이디어 모든 복합적 요소를 고려한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신중해야 했다. 여기서 삐끗하면 지금까지 소통한 과정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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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 작업

고통을 인내하며 만든 시안 4가지를 동료들에게 처음으로 공유했다. 준비한 형식으로 각각 시안의 특징과 장단점을 설명했다. 각 잡힌 프레젠테이션 보다 출력한 시안을 한눈에 보이도록 펼쳐놓고 편하게 논의할 수 있는 방식을 택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마음속에서 밀고 있는 ‘그 시안’이 외면받을까 두려웠던 것 같다. 그래서 연습 작업을 공유하듯 맛보기 느낌으로 미팅을 진행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시안’이 아닌 엉뚱한 시안이 주목받았다. 당황스러웠지만 냉정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시안을 보완했다. 말 못 할 고통의 시간이 또 한 번 찾아왔다. 더 좋은 것(예쁘고 아름다운 것)을 만들지 못한 스스로를 자책하며 시안을 디벨롭해서 다음 미팅을 가졌다. 다행히 이번엔 ‘그 시안’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디자이너 3명의 의견이 모두 일치한 점이 크게 작용했다. 인하우스 디자이너가 브랜딩을 함께 진행한 보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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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적이며 단단한 이미지를 가진 서체와 네비게이션을 상징하는 심볼이 비즈넵을 상징한다. 비즈넵이 갖고있는 효율적이며 신뢰감있는 이미지와 섬세한 성격을 담고있다.

셀프 평가

글의 끝자락에 와서 뒤늦게 고백하자면, 나는 사실 멋진 비주얼을 만드는 것에 자신이 없다. 원래 극도로 단순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터라 시각적인 요소만으로 매력을 뽐내야 하는 작업은 특히 젬병이다. 회사를 대표하는 서비스 로고를 디자인한 디자이너가 이렇게 무책임한 발언을 하냐고 비난해도 할 말이 없다. 물론 비주얼을 포기한 건 아니다. 매일 비헨스를 뒤적이고 피쳐드 되는 수많은 경이로운 작업들을 보며 동경한다. 그리고 좌절하기를 반복한다. 반면에 꽤 자신 있는 것이 있다. 문제와 관련된 복잡한 것들을 정리하고 그것을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 결과물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도록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숨 막히게 아름다운 결과물을 만들기보다는 크게 문제없는 결과물을 만들곤 한다. 이번 로고 결과물도 역시 그런 쪽에 더 가깝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다만 브랜드를 진정성을 갖고 대했고 복잡하게 얽혀있던 것을 정리했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 그리고 이제 겨우 로고 2.0이라고 생각한다. 비즈넵 브랜드 경험은 이제 시작 단계다. 더 나은 경험을 위해 3.0, 4.0 지속적으로 개선할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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